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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관 미생물과 관련된 역사적인 논쟁들

 

괴사된 치수에서 세균을 발견한 첫 번째 연구자는 Miller였습니다. 하지만 치수에서 세균을 발견한 사실은 치수 및 치근단 병소의 발생 및 치료에 대한 지식의 발전을 가져오기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1910년 영국의 내과의사인 Hunter는 감염된 부위에 있던 세균이 인체의 다른 부위로 확산되어 심각한 전신질환을 야기한다는 병소감염이론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세균 감염의 주원인으로 치아가 거론되면서 거의 40년 이상 감염된 치아는 근관치료를 하지 말고 발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근관치료의 시도 자체를 막았습니다. 따라서 20세기 전반부는 근관치료의 암흑기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소감염이론의 과학적 근거는 매우 부족했고, 이후 변수가 잘 통제되어 시행된 연구에서는 이 이론이 맞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근관치료의 성공률에 관한 연구는 근관치료가 신뢰할만한 치료라는 사실을 보여주어 다시 근관치료가 활성화되는 시대로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비록 병소감염이론이 틀린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근관 내 세균이 있다고 하는 사실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는 1950년대에서 1960년대의 근관치료 의사들에게 커다란 부담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당시 근관치료 의사들은 자신이 치료한 근관에 세균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하였고, 이를 위해 근관 충전 전에 근관 내에 세균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세균 배양을 시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세균 배양은 근관 내 상태에 대한 부분적인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세균 배양 결과가 음성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근관 내에 세균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보다 발전된 기술로도 모든 세균을 배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균 배양에 투여되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비효율적인 진료과정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어 오늘날 진료 중 세균 배양은 대부분 연구용으로만 시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생물과 치근주위 병소

 

근관치료의 목적은 치근주위 질환의 예방 및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치근주위 병소는 외상이나 잘못된 수복치료 등의 이유로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비가역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많은 경우 세균 같은 미생물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1965년 Kakehashi 등이 시행한 연구에서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무균 쥐와 일반 쥐의 치수를 인위적으로 노출시킨 후 치수 및 치근단 조직의 상태를 관찰하였습니다. 무균 쥐에서는 치수가 구강 내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치수 및 치근단주위 조직 어디에서도 병적인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치수가 노출된 부위에서 상아질 같은 조직이 다시 생성되는 치유 양상까지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반 쥐에서는 거의 모든 치수가 괴사되었고 치근단주위 병소가 발생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세균이 없다면 치수질환에 의한 치근단주위 병소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1981년 Moller 등은 세균에 의한 감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들은 치수를 인위적으로 괴사시킨 후 한쪽 군은 세균 감염을 유도하였고 다른 군은 세균 감염이 안 되게 한 후 치근단 조직의 반응을 관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괴사된 치수라도 세균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치근주위 조직에 염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치근주위 병소 유발에 세균의 존재가 절대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치근주위 병소는 단순히 물리적 또는 화학적 자극 같은 염증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치수의 감염 경로

 

치수의 세균 감염 경로는 크게 치아 경조직의 소실, 심한 치주 질환 및 아나코레시스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구강 내에 상주하는 수많은 세균은 치아 표면에 치태를 형성하며, 여기서 증식한 세균은 치수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수를 둘러싸고 있는 법랑질과 시멘트질로 인해서 세균은 쉽게 치수로 접근할 수 없으며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러한 보호막이 파괴되면 세균은 보다 쉽게 치수로 침투할 수 있게 됩니다. 치수를 둘러싼 보호막이 파괴되는 가장 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치아 우식일 것입니다. 세균은 산을 분비해서 법랑질 같은 치수의 보호막을 파괴하여 치수 쪽으로 접근로를 형성합니다. 또한 외상으로 치아가 파절되어 치수가 직접 노출된 경우는 보다 쉽게 세균이 치수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치아의 이개부와 치근 주위에는 부근관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치주낭에는 많은 세균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치주 질환이 진행되어 부근관까지 도달한 경우 이들 세균은 이론적으로 이러한 치아의 부근관 등을 통해 치수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치주 치료로 치근활택술 등을 한 경우 시멘트질이 인위적으로 소실되어 상아세관이 노출되기 때문에 세균의 감염에 치수가 더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치수는 세균 감염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기 때문에 중등도의 치주 질환 정도로는 치수 괴사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치주낭이 깊이 진행되어 치태 등이 치아의 주근단공까지 이른다면 치주 질환에 의한 세균 감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나코레시스는 혈액을 타고 이동하던 세균이 손상이 있는 조직부위로 빠져나와 그곳에 감염을 일으키는 과정을 일컫는 말입니다. 비록 이 가능성은 존재하나 현재 아나코레시스는 치수 감염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수 감염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급성 치근단염이나 농양을 일으킨 경우, 균혈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판막 손상이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는 감염을 막기 위해 치료 전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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